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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넷 리와 함께하는 당구물리학


사각의 녹색면 위에 펼쳐지는 공들의 조화를 물리로 풀어본다.
세계 포켓볼 여왕인 자넷 리가 8월21일 내한해 당구와 어우러지는 매혹적인 자태를 선보였다. 남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당구가 포켓볼이라는 형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과거 귀족들만의 유희로 사랑받아온 당구는 에티켓을 필요로 하는 과학 게임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청소년들의 도피적 놀이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구를 치기 시작한 초보자들이 “네모난 식탁이 당구대처럼 보여”, “사람들 머리가 당구공 같아”, “당구를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 “이런 공은 어떻게 쳐야할까?” 하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당구공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음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당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물리를 이해하는 것. 사각의 녹색면 위에 펼쳐지는 공들의 조화를 물리로 풀어본다.

당구공과 완전탄성충돌



당구는 완전한 수평면에서 공을 사용해 포켓에 넣거나, 특정 공을 맞추는 게임이다. 당구공은 경도가 높은 압축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당구공끼리 충돌은 ‘완전탄성충돌’에 가깝다. 초창기에는 상아와 같은 동물의 뼈로 만들었으며, 그 후 종이를 압축해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값이 싸고 만들기 쉬운 플라스틱 수지를 이용해 만든다.

쿠션과 당구대


당구대의 각 모서리에 있는 쿠션은 탄력있는 고무 재질로 만들어졌다. 재질로 고무가 사용된 이유는 당구공같이 단단한 공이 빠른 속도로 쿠션에 충돌하기 때문이다. 쿠션은 당구대의 파손을 방지할 뿐 아니라 당구공의 운동에너지를 담았다 방향을 바꾼 후 그대로 되돌려준다. 즉 용수철처럼 운동에너지가 잠시 위치에너지로 저장됐다가 다시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과 같다.

쿠션에 충돌한 당구공은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 쿠션과 당구공의 충돌이 완전탄성충돌은 아니지만, 쿠션이 반사되는 당구공의 속도를 입사속도와 같게해 완전탄성충돌과 같은 효과를 낸다. 고무 쿠션은 천으로 덮여 있는데, 이 천과 당구공 사이의 마찰 때문에 당구공의 회전 상태가 바뀌기도 한다. 자세한 것은 ‘쿠션과 바닥이 연출하는 회전의 묘미’에서 다루기로 하자.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쿠션과 당구대를 덮고 있는 질긴 천이다. 경도가 높은 대리석과 당구공 사이의 파손을 막는 역할 외에 당구공과 마찰을 일으켜서 운동에 변화를 준다. 평평한 대리석을 덮고 있는 이 천은 당구공에 회전을 줄 경우 그 역할이 확연히 드러난다. 당구공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는 천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천천히 운동할 때 당구공이 회전하고 있다면 천과의 마찰로 인한 특별한 운동을 볼 수 있다. 당구공이 다른 공과 충돌한 후 뒤로 끌려오거나, 다시 앞으로 전진하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회전에 의한 당구공의 변화도 ‘쿠션과 바닥이 연출하는 회전의 묘미’에서 살펴보자.

탭과 초크 무슨일을 하나


당구공은 긴 막대인 ‘큐’를 이용해 조종한다. 큐의 끝에 있는 ‘탭’은 소가죽으로 만들어진다. 큐와 당구공 사이에 완충작용을 하며, 서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탭의 역할. 그래야만 당구공의 무게중심에 벗어난 부분을 칠 때, 공이 미끄러지지 않고 회전한다. 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크’라는 분가루를 탭에 발라서 사용한다. 초크를 바르면 탭과 당구공의 마찰이 커져서 당구공의 회전과 이동방향의 조절이 좀더 쉬워진다.

탭에 침을 바르고 큐로 당구공을 때릴(이하 ‘샷’이라고 함) 때나 쵸크를 전혀 바르지 않고 샷을 했을 때는 당구공에 회전을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구공이 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큐와 당구공이 충돌하는 순간 마찰이 작아 공이 바로 튀어나가기 때문이다.
(마찰: 여기서 마찰은 주로 마찰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물체의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다. 물체와 물체사이에 미끄러짐을 방지하기도 하며, 운동하는 물체를 정지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찰력은 접촉점에서 운동하는 방향 또는 힘이 작용하는 방향에 반대로 작용한다)

키스를 싫어하는 캐롬볼


큐를 손질하고 나면 샷을 한다. 샷을 한 공(이하 ‘수구’)은 큐의 방향을 따라 이동해 가서 목적한 공(이하 ‘적구’)에 맞게 된다. 당구는 경기에 따라 주목하는 공이 다르다. 포켓 경기에서는 수구에 주목하기보다 적구가 어디로 가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 즉 충돌한 적구가 포켓에 잘 들어가야 경기에 이긴다. 물론 수구가 포켓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른 종류의 경기(보통 캐롬 경기라 부른다)에서는 수구가 충돌 후 어디로 이동하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 왜냐하면 2개의 적구를 모두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즉 캐롬 경기에서는 수구가 적구를 때리고 난 후 이동해서 또다른 적구를 맞추도록 해야 한다. 이때는 키스(kiss:수구가 적구와 충돌한 후 또다시 서로 충돌하는 경우를 말함)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1차원 당구


1차원에서 벌어지는 당구공의 운동을 살펴보자. 수구가 정지하고 있던 적구와 정면으로 충돌하면, 수구는 서게 되고, 충돌한 적구는 수구가 충돌할 때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당구공은 ‘반발계수’가 1에 가까우며 이러한 물체를 ‘완전탄성체’라 부른다(반발계수:물체가 서로 충돌할 때 충돌 전의 속도차와 충돌 후의 속도차의 비를 그 물체의 반발계수라 한다. 충돌 후 서로 달라붙는 물체는 반발계수가 0이다. 공기 속의 산소 분자는 반발계수가 1이다). 완전탄성체의 경우 충돌시 모든 운동량과 운동에너지를 충돌하는 물체에 전달한다(운동량:운동을 측정하는 물리량으로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표현된다).

수구와 적구가 직각으로 분리되는 이유


실제로 당구는 2차원 평면에서 일어난다. 이 경우는 1차원과는 달리 운동방향과 충돌하는 방향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서 충돌방향은 수구와 적구의 중심을 연결한 방향을 말한다. 이때에도 완전탄성체에서 항상 성립하는 원리는 충돌하는 방향의 모든 운동량을 적구에게 빼앗긴다는 것이다.

수구의 운동방향과 30°의 각도로 수구와 적구가 충돌했다면, 수구의 운동량중 30°방향의 성분을 적구에게 주어서, 수구는 처음 운동량중 나머지 60°방향의 운동량만을 갖게된다. 적구는 운동방향과 30°각도로 수구에게 전달받은 운동량을 갖고 움직인다.그러므로 당구공이 완전탄성체라면, 수구와 적구의 분리각도는 항상 90°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직접 확인했더니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 말도 옳다. 왜냐하면 당구공을 완전탄성체라고 가정한 것이 첫째 이유다. 그보다 중요한 두번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당구공이 마찰이 있는 곳에서 운동하고 있으며, 회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구공이 충돌후 90°의 각도로 이동하는 것을 보려면 두번째 원인을 최대한 제거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당구공에 왁스를 듬뿍 발라서 당구대와 마찰이 없도록 하고, 샷을 할 때 당구공의 정중앙을 때려서 회전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쿠션과 바닥이 연출하는 회전의 묘미


지금까지는 당구공의 회전을 고려하지 않았다. 당구공끼리의 충돌에서는 회전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전이 중요한 부분은 당구공과 쿠션, 당구공과 바닥 사이다.
당구공과 바닥의 관계를 먼저 생각해보자.

당구공이 큐와 충돌한 시점에서는 바닥과 미끄러져 움직인다. 왜냐하면 큐의 샷방향이 바닥과 평행하기 때문이다. 이 때는 당구공과 바닥사이에 ‘미끄럼마찰력’이 작용한다. 미끄럼마찰력은 당구공이 움직이는 반대방향으로 작용해, 당구공이 운동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한다. 이 회전하는 속도가 운동속도와 일치하는 때부터 당구공은 미끄러지지 않고 굴러간다.

그러므로 당구공이 얼마간 이동해 간 후에는 굴러간다. 이 때는 자동차 바퀴가 구르듯이 당구공과 바닥사이에는 ‘구름마찰력’이 작용한다. 구름마찰력은 당구공이 굴러가는 경우에 작용하므로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나 당구공이 최종적으로 정지하는 이유는 이 구름마찰력 때문이다.

당구공에 왁스를 칠하는 것은 미끄럼 마찰력을 작게해 당구공이 굴러가지 않고 잘 미끄러지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바닥과의 미끄럼마찰이 작아서, 당구공이 회전하며 충돌하든, 그냥 충돌하든 상관없이 수구와 적구의 분리각도가 거의 90°에 가깝게 된다.
(미끄럼마찰력과 구름마찰력:같은 종류의 재질에서도 물체의 운동 상태에 따라 작용하는 마찰력을 서로 다르게 부른다. 미끄럼마찰력은 물체가 미끄러질 때 작용하는 마찰력이며, 구름마찰력은 굴러갈 때 작용하는 마찰력이다. 또다른 종류로 정지마찰력이 있는데 이는 물체가 정지 상태에서 작용하는 마찰력이다. 정지마찰력은 크기가 변하며 0부터 최대크기 사이의 값을 갖는다. 최대크기를 최대정지마찰력이라 부른다. 마찰력의 크기는 대체로 최대정지마찰력 > 미끄럼마찰력 > 구름마찰력 순이다.)

끌어치기와 밀어치기


큐로 당구공의 중심아래 부분을 때리면, 앞으로 전진함과 더불어 뒤로 후진하는 방향으로 회전한다. 회전하는 정도는 중심에서 얼마나 먼 부위를 샷하느냐에 따른다. 이 상태로 수구가 적구와 정면충돌하게 되면, 수구는 정지하고 적구는 앞으로 이동해간다. 여기까지는 앞서 설명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당구공이 정지하기는 했였으나, 여전히 뒤로 회전하고 있다. 운동이 멈춘 상태에서 계속 회전하고 있으면, 당구공과 바닥사이의 미끄럼마찰력 때문에 뒤로 이동하게 된다. 이렇게 만드는 샷을 ‘끌어치기’라고 부른다.
반대로 중심위 부분을 샷하면, 정면충돌 후 수구는 다시 앞으로 전진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샷을 ‘밀어치기’라고 한다.

밀어치기와 끌어치기를 이용해 정면이 아닌 각도로 적구와 충돌하게 한다면, 수구와 적구 사이의 각도가 달라질 것이다. 밀어치기의 경우 90°보다 작아지고, 끌어치기의 경우는 90° 보다 커지게 된다.

찍어치기


찍어치기는 공의 초기 진행 방향을 큐의 기울기와 ‘당점’으로 가늠하고, 회전 방향을 당점으로 조절한다(당점:큐로 당구공을 때릴 때 당구공과 큐가 접촉하는 부위를 말한다).
당구공의 초기 진행 방향은 두가지 힘에 의해 결정된다. 첫 번째 힘은 큐를 내리칠 때 작용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방향은 당구대 위에서 바라보았을 때 큐가 만드는 직선 방향이다.

또 다른 힘은 당점과 당구공 중심을 연결한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이 힘은 당구공 바닥의 접지점이 당점 바로 아래 점으로 이동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큐를 세워서 샷하므로 일반적으로 당구공이 나가는 속도가 매우 작다. 대신 당구공에 전해진 회전속도가 매우 커, 당구공은 직선으로 이동하지 않고 회전하는 방향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휜다. 물론 여기서 당구공과 바닥의 접점에 작용하는 힘은 미끄럼마찰력이다.
회전하는 방향은 당구공의 중심과 당점을 연결한 직선이다. 이를 잘 조절하면 쿠션을 사용하지 않고도 장애물을 피해 둥글게 돌아서 적구를 맞출 수 있다.

쿠션과 당구공


당구공이 쿠션과 일정한 각을 이루고 충돌하면 회전하게 된다. 당구공이 쿠션에 닿을 때,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의 마찰력을 받기 때문이다. 이 마찰력은 당구공과 쿠션의 접점에 작용하므로 중심에 대해서는 회전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회전없이 쿠션에 비스듬하게 부딪힌 공일지라도 충돌 후에는 회전하며 반사된다.

만약 당구공에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회전을 가해서 쿠션과 충돌하게 하면, 반사하는 각도가 입사하는 각도와 달라진다. 쿠션과 충돌하는 순간 당구공이 회전하고 있으므로 쿠션을 이용해 당구공이 추진력을 받거나, 반대로 감속하게 하는 힘을 받기 때문이다. 이때 작용하는 힘이 당구공과 쿠션 사이의 마찰력이다. 이렇게 작용한 마찰력은 반사각도를 입사각보다 더 크게 하거나 작게 만든다.

예를 들어 쿠션에 당구공이 45°방향으로 충돌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점을 중심의 오른쪽으로 해서 샷한 경우, 쿠션과 충돌시 당구공에는 샷한 방향으로 마찰력이 작용한다. 이 마찰력은 속도 성분 중 위쪽 방향의 속도를 더해 주므로, 원래 반사되는 각도보다 크게 반사된다. 반대로 왼쪽부분을 샷한 경우, 마찰력이 샷한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므로 반사각이 입사각보다 작아진다.
당구공의 회전이 좌우가 아닌 경우라도 반사각은 입사각과 달라질 수 있다. 당점을 당구공 중심에서 위나 아래를 준 경우, 당구공과 쿠션사이의 마찰력 크기가 변한다. 그 이유는 쿠션의 구조에 있다. 쿠션의 단면은 삼각형으로 생겼고, 당구공과 닿는 부분이 공의 중심위 부분이다. 이 때문에 당구공이 쿠션과 바닥 사이에 바짝 들어가기도 하고, 튀어 나가기도 한다.

끌어치기와 같은 회전을 주면 쿠션과의 마찰력이 당구공을 쿠션과 바닥이 이루는 틈으로 잡아당기는 형태로 작용한다. 이렇게 되면 당구공이 마치 틈새에 끼는 형태가 되어 쿠션과의 마찰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마찰력은 그 면에 작용하는 ‘수직항력’에 비례하기 때문이다(수직항력:면에 수직으로 작용하는 힘). 이때 바닥과의 마찰력이 같이 커져서 오히려 당구공과 바닥사이의 미끄럼마찰력이 중요해진다. 당구공이 역회전하므로 진행 방향의 속도를 줄어들게 해 반사각을 입사각보다 작게 만든다.

밀어치기의 경우는 당구공의 회전 방향이 끌어치기와 반대이므로 쿠션과 작용하는 마찰력의 방향도 반대가 된다. 이 경우 바닥과의 미끄럼마찰력은 회전없이 쿠션과 충돌한 경우보다 오히려 더 작아져서 진행방향 속도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즉 반사각이 입사각보다 커진다.

당구공의 예술도 물리로 풀면 당연



<그림2>자넷 리의 당구시연 모습

지금까지 당구경기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현상을 살펴봤다. 당구의 여러 상황을 물리적으로 분석해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당구예술시범을 잘 보면 공의 진행경로를 예측하고 공을 배열한 경우가 많다. 다만 어려운 것은 얼마나 정확히 구현하느냐일 뿐이다.

자넷 리가 TV에 나와서 어떤 개그맨에게 가르쳐준 예술구를 한 예로 살펴보자. 그녀가 배치해 놓은 공은 누가 샷을 하더라도 네 개의 공 모두가 포켓에 들어간다. 1번, 2번 공은 수구를 중심으로 대칭으로 배치하되 접촉면이 포켓을 향하고 있다. 4번 공은 D포켓 방향으로 접하게 하고 그에 90°방향을 그었을 때 3번공이 C포켓을 향하도록 해놓았다. 이 배치는 정교한 샷이 필요하지 않고 다만 수구가 1,2번 공을 때린 후 3번 공에 맞도록 하면 된다. 이를 응용해 보면 여러 가지 형태의 예술구를 직접 고안할 수 있을 것이다.
자, 그러면 15개의 공 모두를 한번의 샷으로 넣으려면 공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까? 또한 샷은 어디에서 해야 할까?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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